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AI가 지난해 겨울 기승을 부리면서 올 초까지 국내 산란계의 4분의 1이 처분됐는데요. 정부 보상금 지급이 늦어지면서 알 낳을 닭을 제때 못 채워 넣었고, 결국 달걀값 고공행진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박민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을 받은 경기도의 한 양계 농장입니다. 닭들이 넓은 축사를 거닐며 먹이를 먹습니다. 그런데 일부 사육장은 텅 비어 있습니다. AI 여파로 올해 2월 산란계 3만 7천 마리를 예방적 처분한 뒤,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병아리 9천 마리를 못 채워 넣은 겁니다. 지금 병아리를 들여도 달걀을 낳을 정도로 크려면 다섯 달 넘게 걸립니다. 그런데도 산란계 처분에 따른 보상금 지급은 미뤄지고 있어 빚만 늘고 있습니다.
이처럼 보상금 지급이 지연돼 양계 농가들의 병아리 재사육이 늦어지다보니 올해 1분기 달걀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10% 넘게 줄었습니다. 반면 달걀 소비량은 늘면서 특란 한 판 30개 가격이 지난달 7,500원 선을 돌파하는 등 50% 넘게 올랐습니다. 달걀값 고공 행진에도 소비자는 물론 농가마저 울상을 짓고 있지만 정부의 대처는 안일하다는 게 양계협회 주장입니다.
농식품부는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예산 편성에 시간이 걸려 보상금 집행이 늦어졌다며, 다음 달이면 지급을 마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달걀 생산량은 거의 회복됐지만 수요가 계속 늘고 있어 가격 하락 여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